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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교환을 다녀오면 정말 영어(언어)가 늘까?

[교환학생] in NTU

by Sueaty 2019. 10. 25.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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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9년 9월 5일)

** CS 학생의 입장에서 쓰여진 글입니다. **

한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는 전공에서 팀플을 경험해보지 못했었다. 4학년 때 캡스톤 디자인이나 졸업프로젝트 때 되서야 하려나 싶었었는데 NTU는 팀플 천지다. 한국에서 '팀플'이 강의계획서에 적혀있다면 믿거를 하는 이유는 대한민국 대학생이라면 다 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팀플의 끝에 있을 발표가 무서워서(?), 언제 팀원들과 충돌이 생겨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받게 될 지 몰라서, 내가 혼자 캐리하는 학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귀찮아서 등. 하지만 이곳 NTU에서 팀플은 피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심지어 오늘 Intro to Database 수업의 lab 팀플 같이 하는 친구들과 미팅하면서 한국에서 컴과에는 팀플이 그렇게 많지 않다라고 말하니 오히려 팀플을 하지 않으면 뭘 하냐고 반문하더라. 팀플은 소통의 연속이므로 결과물을 내려면 이 친구들과 계속 대화를 해야하는데 그 언어가 공용어 영어란 말이다(과 특성상 다른 언어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러면 한 학기 계속 팀플을 하면서 자기 의견을 내고, 설명도 해주고, 질문도 하다보면 영어가 늘까?

한국에서 보낸 대학생활 첫학기는 정말 노잼의 끝이었다. 그래서 1학년 2학기 때 바로 동아리를 만들어 버렸다. 널리고 널린게 영어 회화 동아린데 영어 회화 동아리에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동아리의 목적이 회화 '공부' 였달까...? 난 이런 영어 회화 동아리 말고 영어 잘하고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웃고 떠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물론 내가 놀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고. 그렇게 첫 면접을 진행했고, 벌써 CANDYBARS는 5기 부원 모집을 마치고 오티를 앞두고 있다. 2년 동안 약 200 장의 지원서를 본 것 같다. 우리 지원서의 가장 첫 메인 질문이 (어느 곳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지원동기다. 큰 비중을 차지 했던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교환학생 때 늘었던 영어 실력을 잃고 있는 것 같기 때문에 우리 동아리에 들어와서 다시 영어를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당장 지난학기 까지만해도 교환을 경험해보지 않았던 건방지고도 건방졌던 나는 한 학기 다녀와서 늘었으면 얼마나 늘었겠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2주 째 lab + 팀플 미팅을 해보고 느꼈다. 원래도 영어에 막힘을 느끼지 않았던 나도 간만에 영어를 한국어 보다 빠르게 말하게 되었으니 3주 있었던 것 치고 괜찮은 궤도로 올라온 셈인 것이다.

키키 SCSE 건물 너어어무 좋다링>< 이뿌잖아~

총 15학점 중 9학점이 전공으로 각각 Algorithms, Software Engineering, Introduction to Database인데 단 하나도 Lab 수업이 없는 것이 없다. Lecture나 Tutorial이 한 번할 때 1시간이라면 Lab은 2시간이 배정되어 있다. Algorithms에서 팀빌딩에서 다양성을 중시하는데 명시적으로 lab outline에 한 팀에 2개 이상의 국적이 있어야 한다고 적혀있다. 팀빌딩을 하고 팀마다 주어진 문제를 푼 다음 바로 피티 준비해서 솔루션 제시와 설명을 2시간 내로 모든 팀이 다 해야한다. 이번 랩 때는 내가 문제를 빨리 풀어서 팀원들에게 코드 설명을 해준다거나, 시공간 복잡도를 설명하는건 문제가 안되었는데 중요한건 증명하는 과정에서 등비수열이라는 단어를 영어로 몰랐던 것이다. 등비수열이 geometric series 인걸 식을 보여주고 나니까 애들이 알려줬다.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었는데 앞으로 등비수열이 geometric series 라는건 절대 안까먹겠다 싶었다. Software Engineering 수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시스템을 개발하는 수업으로 원래 프로젝트 수업이라 팀플이 중요하다. 프로젝트가 전체 성적의 50%라 뭐 올인해야 하는 그런 팀플이랄까? 이 때도 어떤 싱가포르 정부 공공데이터를 사용할 것인지(주제가 공공데이터 사용이라서....), 어떤 API를 사용할 것인지부터 어떤 기능을 어떻게 구현해나갈 것인지 등등. Lab 수업 때 만나서 하는 일은 계속 입으로 떠드는 것 밖에 없고 실제로 작업은 따로 만나서 해야할 정도로 토의를 중요시 하는 랩... 다 좋은데 정말 알아듣기 힘든 영어는 프랑스사람이 하는 영어. 워낙 본토 액센트 강렬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this가 zis로 발음된다거나... 음 그래 정말 이 팀플 덕분에 진정한 의미의 '소통'을 깨닫는 중이다. 그리고 데이터베이스 랩은 내용 자체가 어려워서 랩 문제 보다 당장 들은 렉쳐가 서로 헷갈려서 니가 맞네 내가 맞네 하고 있다가 결국 다같이 아이패드 꺼내서 그림 그렸더니 내가 맞았잖아 이눔싘희들앜;;;; 그림으도 커뮤가 가능하다 뭐 그런 결론..?...이 아니고 티격태격도 영어가 되야 하니까 교환학생을 떠나면 누군가에게 무엇이가를 설명할 순간이 생길테고, 의견 충돌도 있을 테고 그때그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말하면 정말 많이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언어는 얼마나 적극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팀플이 있더라도 말하기가 무서워서 팀원들이 하자는대로 하고, 질문하지 못하면 뭐 얼마나 나아지겠냐만은 그래도 앞으로 우리 동아리에 교환학생 휴유증으로 지원했다면 그 사람은 영어를 쓸 기회를 스스로 많이 만든 적극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은 조금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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