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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국 전, 출국, 그리고 학생등록

[교환학생] in NTU

by Sueaty 2019. 10. 23.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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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생각과 과정보다는 팁들이 필요하시면 hold your horses and just skip to the bottom**

(작성일 : 2019년 8월 13일)

8월 5일이 되기 일주일 전 부터 만나는 사람에게 모두 교환학생 떠나기 싫다고 찡찡대고 돌려받은 대답은 부러움에 가득 찬 "어쩄든 떠나잖아?"였다. 난 부러움을 사기 위한 장난스러운 어리광을 부렸던 것이 아니다. 모두가 조수정은 사막에 떨어져도 잘 살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니. 절대 아니. 뭐 이런 상황에서는 주로 '나의 내면 깊숙한 곳'이라는 문구가 나올 법도 하지만 난 '대놓고' 1) 외로움을 무서워하고, 2) 내가 외로워하는 것을 남이 아는 것을 무서워한다. 이거 무슨 찌질이 쫄보 아닌가 싶겠지만 나만 그런거 아닐껄? 만약 이 글을 보는 사람 중 빠른 시일 내에 교환학생으로 출국해야하고 뭔지 모를 불안감과 두려움이 있다면 no doubt '혼자가 되면 오뚜카지?'라는 생각이 마음 한 켠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 지금 그런 것을 못 느낀다면 움... good for you.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했을 때는 정치적 관점에서 말했다지만 본능적으로 정치적 공동체를 꾸리는 것이나, peer group을 찾는 것은 교환학생 입장에서 크게 다를 바 없다.

8월 6일부터 기숙사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해서 8월  5일 저녁 11시 45분 싱가폴 항공 뱅기를 끊었다. 짐은 아침까지도 덜 싸여 있었고, 공항 출발 30분 전까지 고민하다가 요가복을 넣고 캐리어를 닫았다. 위탁으로 붙일 캐리어는 21kg. 떠나는 조카 마지막 길 배웅해주러 온 뽀뽀이모(아 제 막내이몬데요 저 애기 때 뽀뽀뽀를 많이 틀어줘서 뽀뽀이모였는데 23살이 된 지금도 뽀뽀이모라고 부릅니다. 뭐 다들 그런 별명 하나씩 있잖아요?ㅋ)는 더 큰 캐리어를 가져오겠다고 했지만 21kg도 많다고 극구 부인했다. 왜 그랬니 그 때의 나야, 챙길 수 있는 것은 다 챙겼어야지.

생각보다 공항으로 가는 아빠 차 안에서는 심적으로 안정되어 있었다. 이제 당장 일어날 일이라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긍정적이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항상 혼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내가 외로움을 느끼기도 전에 누군가가 나타났었으니까. 엄빠는 짐 딱 내려주시고 떠났다. 매몰차게 떠난 것은 아니고, 그냥 내가 공항까지 안 들어와도 된다고 했다. 뭐 이민가는 사람처럼 짐이 많은 것도 아니고(...이민 가는 사람처럼 짐이 많았어야 해 수정아...), 공항에 도착하니 신나서 뭐든지 혼자 다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무조건 몸 조심하라는 엄마의 애정어린 잔소리를 뒤로하고, 에어팟을 딱 장착하고 궁딩이를 씰룩씰룩 거리면서 짱 당당하고 품위있게 공항으로 들어갔다. 그 당당함과 품위 깊은 나의 자태는 공항에 들어가자마 나버린 꼬르륵 소리 때문에 죽어버렸다. 체크인을 하려고 줄을 서있는 동안에도 얼마나 고민을 했던지. 뭔가를 먹으면 비행기 안에서 속이 더부룩할 것이 뻔하니 기내식으로 특별식-과일식을 오더한 나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안 먹자니 비행기에서는 아침을 줄텐데 너무 배고플 것 같고. 결론적으로 쓸데 없는 고민이었던게, 밤 비행기라서 먹을 곳이 없었다.

최종 게이트 앞에서 마지막 보이스톡을 민지, 유준, 준회, 희택과 하고 연정이게 마지막 톡을 보내고 비행기를 탔다. 아무리 생각해도 승무원의 서비스 측면에서는 한국 항공사를 이길 항공은 없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이착륙 전 등받이를 바로 세워야 할 때도 한국 승무원분들은 웃으면서 "고객님(맞나?) 착륙 준비중입니다. 등받이 올려주시겠습니까?" 하는데 싱가포르 항공에서는 "Madam, madam. UP."ㅋㅋㅋㅋ 손가락질하면서ㅋㅋㅋ 고객 입장에서는 전자가 좋지만 어느순간 부터 승무원의 친절이 고객의 특권이 되어버렸다지. 특별식-과일식은 진짜 맛있었다. 조금 배고플 것 같아서 식전빵 하나 더 달라 그랬는데 잘한 것 같고, 과일도 대한항공보다 푸짐하고, 달고, 맛있어서 행복했다 증멜루. Srsly.... work KAL work... 

과일식 : 바나나, 사과, 수박, 파인애플, 메론, 오렌지, 건포도, 사과쥬스, 식전 빵

입국심사 때 일부러 나한테 말 걸지 말라고 무뚝뚝해 보이는 직원 줄에 섰는데 앞에 사람한테 까지는 아무말 안했는데 왜 나한테는 싱가포르에서 교환하는 동안 뭐 재밌는거 할 계획 있냐고 묻냐고... 없어요 그런 계획. 이러니까 곧 싱가포르 국경일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셨다. 그래서 세상 감사한 미소로 알려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나왔다. 유심칩을 사려고 공항에서 이래저래 다니고 있는데 눈 앞에 Singtel 보이길래 Singtel 줄에 섰다. 뭐 지금 사람들이랑 비교해보니 크게 문제될 건 없지만 Singtel, Starhub 둘 다 들려보고 어떤 data plan을 제공하는지 물어보고 비교해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워낙 네이버 블로그에서 38달러짜리를 사라고 해서 나도 그냥 자연스럽게 그걸 샀지만 그게 좋을 이유가 없..는데...;;;  이 Singtel 줄에서 나는 성현오빠와 수정이를 만났다. 줄 서 있는데 뒤에서 들려오는 "혹시 NTU 가세요?"라는 한국어. 뒤 돌아서 보니 남자 한명, 여자 한명 이렇게 서 있었다. 그렇다고 하니 자기들도 교환왔단다. 둘은 성현오빠 블로그에서 만났고, 아주대 경영, 고대 식품공학. 24살, 23살. 홀 10, 홀 10.(전 홀11). 붙임성 좋아보였고, 착해보였다. 그렇게 우리 셋은 학교로 같이 들어오게 되었다.

기숙사 체크인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이메일 받은 그 곳으로 가서 "저 교환학생인데요" 라고 말하면 읽을거리도 주시고, 사인할것도 주시고, 이것 저것 설명해주시는데 읽고, 사인하고, 들으면 된다. 그리고 짐을 가지고 내 블록, 내 층 수, 내 방을 찾기 위한 여정을 떠나면 된다. 난 길을 조금 잘못들어서 빙글빙글 돌아갔지만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 내 방. 다만 방을 찾아 올라가면서 심각하게 걱정이 되었던 것은 무거운 짐을 끌고 계단으로 3층을 내려갈 다름아닌 내 모습. 그건 그때가서 걱정하도록 하자. 지금 걱정해봤자 4개월 후의 이야기일 뿐. 방 문 열자마자 캐리어 딱 펼치고 공유기부터 설치한 후, 대충 짐 풀어헤치고 닦을 것 닦고 학생등록을 하기 위해 North Spine에 위치한 Global Lounge로 향했다. North Spine이라는 이름을 이 전에 다녀오신 분들 글로 보았을 때 North hill, South Spine, North Spine, Tamrind hall과 같이 어떻게 다 외우나 싶었는데 뭐 이틀이면 다 알게 되어있다. Global Lounge에 가면 등록절차가 다 중요하긴 하겠지만 Student Pass와 관련된 사항들이 제일 중요하다. 반드시 이메일 왔는지 double check하고 중요 표시해놓길 바랍니다요.

첫끼니는 백종원 비빔밥을 먹었다. 아 첫끼니는 비행기에서 과일식 먹었으니 백종원 비빔밥은 두번째 끼니가 되겠네. 딱히 셋다 한식이 땡긴 것은 아니었는데 너무 배가 고팠었고, global lounge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것이 Baik's Bibimbap이어서 그냥 들어가서 먹었다. 성현오빠는 우삼겹 비빔밥, 수정이는 컵밥, 나는 비빔국수를 먹었는데 현지인 입맛에 조금 맞춰져있는 듯했다. 한국에 있는 가게는 가보지 않았지만 분명 한국에서 파는 맛과 다를거야. 비빔국수 면은 약간 통통한 팔도 비빔면 면발이었고, 소스는 매워야 되는데 달았다. 하지만 여기는 한국이 아니니깐. 세번째 끼니는 캔틴11에서 먹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성현오빠, 수정이는 10홀에 살고 내가 11홀에 살아서 서로 가깝고, 우리 캔틴11이 맛있는 캔틴 중에 하나라는 것. 캔틴에서 각자 먹을 것을 고르고 앉았는데 또 들려오는 "한국인이세요?"라는 한국어. 사실 누가봐도 한국어를 쓰고 있고, 한국인 처럼 생겼으니 확신을 가지고 물어봤겠지만 너무 표정이 감격스러워 보이셔서 왜 그렇게 놀라냐고 여쭤보니 대학원 석사생 신분으로 NTU에 오셨는데 3주만에 처음 한국어를 하신다고...ㅋㅋㅋㅋ 그렇게 4명이서 밥 먹으려고 앉았는데 지나가다가 우리랑 눈이 마주친 한 분. 성현오빠와 그 분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국인이냐고 물어봤는데 알고보니 아예 여기 학생분이시더라. 3주 먼저 있었던 ㅂㅊ 오빠와, 3년 가량 있었던 ㄱㅍ씨에게 (오 두분 다 이름이 외자네?) 이런저런 꿀팁도 듣고, 헬스장도 어딨는지 알게 되고 진짜 도움 많이 되었던 저녁시간이었다.

우 비냉, 좌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 근데 하루 종일 면 먹었네

하루가 24시간일지는 몰라도, 적어도 8월 6일은 그 전날 저녁부터 시작되었기에 정말 긴 하루였다. 이렇게 외로울 틈도 없이 사람으로 꽉꽉 채워진 하루를 앞으로 개강 전까지 계속 보내게 되는데, 개강하고 나서는 어떻게 될까. 아무튼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는 개강 전까지의 사람으로 꽉꽉 채워진 하루들이다.


NTU 교환 TIP 타임마

1. 짐이요? 다 챙기세요. 위탁수화물 추가 비용이 두렵지 않으시다면 두려워질 그 선 까지 챙기세요. 여기오면 다 돈이라는 다른 블로거의 글을 보고 '에이 써 봤자 얼마나 쓰겠어' 했는데, 살림살이(?) 하나씩 꾸려가며 슉슉 빠져나가는 돈 때문에 자취 꿈을 접었어요. 뭘 챙기냐고요? 이런거 있잖아요. 드라이기, 쓰레받이, 드라이기, 시리얼볼, 신발도 종류별로~(어떤 자리에 초대될지 모름... 파티갈 때 쪼리, 샌달 신고 오지말라는데 운동화는 멋 안나고 참...), 물먹는 하마 등등. 당연히 다른 블로거 분들이 써놓으신 공유기, 옷걸이 막 이런건 당연히 챙기시는 거고.

2. 새로 산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가져오지 마세요. 가끔 (특히 스벅) 스테인리스 텀블러에서 물을 담으면 쇠냄새가 올라오는데 네이버에 검색하면 그거 뭐 설탕, 베이킹 소다, 식초 이런거 써서 세척 방법 나오거든요? 이 과정을 거쳤다면 상관 없고, 안 거쳤다면 들고 오지 마세요. 쇠 냄새 나서 결국 새로 사게 되요. 텀블러는 필수.

3. 비행기 안에서 Embarkation card 작성과 관련된 안내가 나왔는데 본인은 받은 적이 없다면 승무원에게 반드시 달라고 요청하세요. 아니면 입국 직전에 사람 많은 구석탱이에서 종이 가져다가(그 한국 우체국가면 작성되길 기다리고 있는 종이 뭉치들 처럼 있음) 써야하니까요. 그리고 카드 받고 뱅기 내려서 쓰실 예정이라면, 벤치가 보일 떄 앉아서 쓰세요. 좀만 더 걸어가도 저 앞에 벤치 있겠지 할 때 즈음엔 벤치가 없거든요^^

4. 입국시 필요하다는 서류들(IPA letter, Enrolment letter 등) 제발 클리어 화일에 딱 꽂아 놓으세요. 입국심사가 공개적인 장소에서 이루어지는데 안그래도 줄 길고, 오래걸리는데 sorry 외치면서 가방 뒤지면 줄 서있는 사람들이 한숨 쉬면서 손가락질 해요. 난 봤지.

5. 입국 심사 기다리는 줄에서 열심히 두리번 거려보세요. IPA letter 들고있고 학생처럼 보이면 NTU로 가는 학생일 수 있으니. 뭐 바로 외국사람이랑 같이 택시타고 NTU 가자고 하기 부담스러우면 초록색 여권을 들고 있는지도 확인해보시고.

6. 기숙사 키는 door knob에 호텔처럼 톡 찍으면 노란 불이 들어오는데 그 때 손잡이를 오른쪽으로 두번 정도 돌리면 됩니다. 어떻게 여는지 몰라서 청소하시는 여사님께 여쭤봤더니 웃으시면서 열어주셨지유. 닫을 때는 그 반대. 아무튼 딸깍 소리 날 때까지 돌리시면 됩니다.

7. NTU GO!라는 학교 버스 어플이 있는데 매우 유용하고 계속 쓰니 꼭 받아서 오세요. 아 뭐 도착해도 받으셔도 되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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