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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그 찰나의 기록

[글] Glimpse of Life

by Sueaty 2019. 12. 15.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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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글을 '잘' 쓰고 싶었다. 티스토리, 브런치, 미디엄과 같은 일반인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어떨 땐 호소력있게, 또 어떨 땐 설득력 있게 써내려간 것이 부러웠다. 여태 내가 읽어 온 글의 대부분은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한 글들이었다. 구글 검색 히스토리도 죄다 코드 에러, C++의 STL, 새로운 기술 동향이 전부이다. 그러던 어느날 싱가포르 기숙사 방에서 혼자 뒹굴뒹굴 거리며 또 펭수 덕질을 하던 와중 어떤 글을 하나 보게 되었다. [펭수는 자폐아를 닮았다]라는 제목으로 카카오 브런치에 쓰인 글이었다. 서론까지 핸드폰으로 읽고 결국 맥북을 열어서 전문을 다 읽었다. 다 읽고 보니 나름 구독자도 600명 이상을 보유하신 분이시고 글도 계속 쓰신 분이더라. 그래도 그렇게 흡입력 있는 글을 얼마나 오랜만에 읽었던지 그렇게 한 세시간 가량을 브런치 서핑을 했다. 그 날 이후로 지하철을 타고 가다 문득 스타트업의 투자방식이 궁금할 땐 미디엄, 노브라를 향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할 땐 브런치 뭐 이런 식으로 계속 글을 읽어왔다.

난 혼자 있을 때 정말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인데 중요한 건 그 생각의 깊이가 깊지 않다. 뭐랄까. 생각의 깊이가 얕은 것 보다 갖고 있는 생각을 문장으로 풀어쓰는 능력이 없다. 어떻게든 표현해보려고 일기장에 쓰다보면 두 세문장으로 끝날 때가 많다. 그런데 생각이 많은 사람일 수록 글로 써야한다고 하더라. 그때 그때 드는 생각들을 써 놓으면 나중에는 쓸모가 있다나 뭐라나. 글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머리가 상식으로 가득 차 있거나 고오급 어휘를 알진 못하나 20대 초중반의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남겨놓으면 지나간 사진첩 보듯 10년 후엔 내 글을 읽고 있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 조금씩 써보려고 한다.

글을 쓰는게 내게도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영화 <박열>을 보고 한동안 아나키스트와 관련된 글들만 몇일을 내리 읽었던 그 때의 나를 떠올리면 괜히 자랑스럽다. 그렇게 파고드는 집요한 내 모습이 좋아서. (근데 여전히 무정부주의가 뭔지 잘 모르겠더라.... 흠 이해력이 모자라나...) 더 많은 글을 읽고, 책을 읽고, 문화 생활을 하며 다른 평론가, 칼럼리스트, 에세이스트, 네티즌/독자 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찾아보고 하면 조금 더 깊이 있는 글을 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글을 일부러라도 쓰련다. 본전공은 software engineering에 있지만 인문학적으로도 깊은 엔지니어가 되는게 꿈이라면 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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